개인정보 처리방침을 AI 교정에 돌렸더니 10곳이 걸렸다
문제없어 보이던 문단 여섯 개에서 10곳이 걸렸다. 하나같이 문장 하나만 봐서는 안 보이는 것들이었다.
밖으로 나가는 문서를 다 쓰고 나서 처음부터 읽어보면 대개 문제없어 보인다. 그 「문제없음」이 문장 단위로 읽어서 나온 결과일 수 있다.
2026-08-05,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고쳐 배포하기 직전이었다. 방문자 수 집계를 새로 붙이면서 문단 여섯 개를 새로 쓰거나 손봤다. 읽어보니 괜찮았다. 격식체(~습니다)로 통일돼 있었고 어려운 말도 없었다. 그래도 밖으로 나가는 한국어는 발행 전에 교정을 거치게 규칙을 걸어뒀기 때문에 돌렸다. 「고칠 것 없음」이 나올 거라고 반쯤 예상하면서.
10곳이 걸렸다.
「저희」가 이 문서에서 딱 한 번 나왔다
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적은 이 문장이었다.
누가 봤는지는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.
이 문장만 놓고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. 지적은 이랬다 — 이 문서 전체에서 「저희」가 여기 딱 한 번 나온다. 나머지는 주어가 없거나 「이 사이트」이고, 7번·8번 절은 「운영자」다. 게다가 책임자는 한 사람인데 「저희」는 복수라 더 튄다.
같은 종류가 줄줄이 나왔다.
- 「세어지지 않습니다」 — 입으로 안 쓰는 피동형이다. 사람은 「집계에 들어간다」고 말한다
- 「저장소를 비우면」 — 개발 용어다. 비개발자는 「브라우저 기록을 지우면」으로 안다
- 「이 설정은 「내」 브라우저 안에만 저장되므로 브라우저·기기마다 따로 「해주셔야」 하고」 — 한 문장 안에서 읽는 사람을 「내」라고 부르면서 동시에 높이고 있다. 시점이 튄다
- 「크게 바뀌는 경우에는」 — 번역투다. 말로는 「크게 바뀔 때는」이라고 한다
자기모순도 하나 있었다. 변경 이력에 이렇게 썼었다 — "IP 주소를 잠깐 읽지만 저장하지 않고 개수만 남깁니다." 남기는 것도 저장인데 안 한다고 하니 읽다가 한 박자 멈칫한다는 지적이었다.
왜 못 봤나
10곳을 전부 고쳤다. 남는 건 고친 문장이 아니라 왜 못 봤나다. 이유가 두 층으로 갈린다.
첫째, 문장 단위로 쓰기 때문이다. 한 문단을 쓸 때는 그 문단만 보고, 다음 문단으로 넘어갈 때 앞을 다시 안 읽는다. 그래서 주어가 오락가락하는 것, 같은 말이 다른 꼴로 되풀이되는 것(「쿠키는 쓰지 않고」 ↔ 「쿠키가 아닙니다」)은 애초에 시야에 안 들어온다. 이건 사람도 똑같이 겪는다.
둘째가 더 고약하다. 글을 쓴 쪽이 내놓은 설명은 이랬다 — 학습한 한국어에 문어체·번역투가 훨씬 많아서 「~하는 경우에는」이 나와도 "이상한데?" 하는 느낌이 안 온다. 어색한 쪽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. 확신에 차서 틀린다.
기억이 낡았을 때와 같은 병이다. 버전 번호나 API 이름을 잘못 기억하고 있을 때도 「모르겠다」는 느낌은 안 온다. 그래서 처방도 같다 — 느낌을 발동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.
발동 조건을 git push 로 옮겼다
- 「어색한가?」로 판단하지 않는다. 밖으로 나가는 글이면 무조건 교정을 거친다
- 판정 기준을 기계가 셀 수 있게 만든다. 캐주얼한 글이면
~다.로 끝나는 문장 개수를 세는 식으로 - 발동 조건을 **「무슨 글을 쓰는가」가 아니라 「지금 무슨 명령을 치려 하는가」**로 옮긴다
마지막이 핵심이다. 이 교정 규칙을 만든 날, 같은 규칙을 세 번 안 켰다. 조건이 머릿속에만 있었기 때문이다. 글을 쓰는 동안에는 「지금 배포용을 쓰고 있다」는 자각이 오지 않는다. git push 를 치려는 순간을 관문으로 잡고 나서야 작동하기 시작했다.
아홉은 고치고 하나는 넘겨왔다
교정 결과에 이런 항목이 하나 있었다.
「4. 해지·거부하는 법」 — 무엇을 거부하는지가 제목만 봐선 안 보인다. 나머지 제목은 전부 문장(「무엇을 받나」)인데 여기만 명사를 가운뎃점으로 붙였다. 후보 둘을 놓는다. 혼자 정하지 않는다.
고칠 것 아홉은 그냥 고치고, 취향이 갈리는 하나는 후보만 놓고 넘겼다. 이 구분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차이가 크다. 전부 알아서 고쳐놓으면 검수가 아니라 대필이 된다.